온도계는 영어로 thermometer 즉 열 thermo가 얼마나 담겨있는지를 측정meter하는 기기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이처럼 온도계를 발명했던 앞서 이야기했던 열소이론이 지배적이었던 시기였기에 온도계에 표시되는 눈금이 열소가 담긴 양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온도와 열량의 구분 없이 서로 다르지만 질량이 같은 두개의 물체를 온도계로 측정했을 때 온도가 같다면 두 물체에 담긴 열의 양은 같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물체의 온도계가 가리키는 눈금과 그 물체의 열량은 엄연히 다른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두 물체가 갖는 열용량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열용량이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두 물체의 온도가 같으면 열량이 같다고 하는 착오가 있었던 것입니다.
열용량의 역사
수은이 든 온도계를 처음으로 사용하였던 파렌하이트D.G. Fahrenheit가 수은과 물을 혼합하는 실험에서 열용량에 대한 개념을 도입하게 됩니다. 우선 용기에 담긴 차가운 물에 질량과 온도를 측정한 뜨거운 물을 섞은 다음 온도를 측정하였습니다. 동일한 차가운 물이 담긴 동일한 용기에 좀 전의 뜨거운 물과 동일한 질량과 온도를 가진 수은을 섞고 온도를 측정하였습니다. 두 혼합물의 온도는 수은을 넣은 쪽이 뜨거운 물을 넣은 쪽보다 더 높았습니다. 즉 수은이 물보다 열을 포함하는 능력이 높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 외 이루어진 많은 열용량에 대한 실험들이 대부분 물과 비교하는 것이었습니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어떤 물질의 온도를 올리는데 들어간 열량을 동일한 질량의 물을 같은 온도로 올리는 것과 비교하여 나타내었기에 ‘비열’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고 오늘날엔 비열과 열용량은 같은 의미로 사용되게 됩니다. 열용량heat capacity이라는 단어는 조세프 블랙Joseph black에의해 1765년 처음으로 사용되었고 온도와 열량을 구별하게 됩니다. 용량Capacity라는 단어에서 Volume을 느낄 수 있는데 여전히 열소이론이 반영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물체의 온도를 결정하는 것은 물체의 구성 분자들의 운동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되어 capacity라는 것이 어색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대로 열용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열용량의 정의
물에 대한 열용량Heat capacity, 비열Specific heat은 물 1g을 1℃ 올리기 위해 필요한 열량이고 1cal가 소요됩니다. 따라서 물의 열용량은 1cal/g℃가 됩니다. 그리고 열량은 밀도나 점도와 같이 그 물질 갖는 고유한 특성입니다. 또한 밀도나 점도가 열과 압력에 의해 값이 변하듯이 열용량도 마찬가지로 열과 압력에 따라 변합니다. 다시 말해 1cal/g℃라는 값은 특정 온도 범위에서의 평균 열용량이라는 것입니다.
열용량은 C와 열량Q는 온도변화ΔT에 반비례 관계에 있으므로
C=Q/ΔT
와 같이 표현합니다. 10℃의 A라는 물질에 열을 가해 11℃가 된 경우와 50℃인 A를 가열하여 51℃가 되었을 때 열량 Q가 다르다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ΔT는 1℃로 같지만 특정 온도 범위에서의 평균값이라고 이야기하였듯 두 경우의 열용량C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물질에 열이 전달되는 과정 중에도 열용량이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익숙한 피스톤 실린더에 열을 가하는 등압과정과 등체적과정을 생각해 봅니다. 등압과정은 부피가 증가하여 압력이 일정한 것이고, 등체적과정은 부피가 일정하여 압력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등압과정에서 실린더 내 기체는 부피가 증가하고 온도는 ΔT_p 만큼 증가합니다. 등체적과정에서는 부피가 일정하지만 압력이 증가하며 기체의 온도는 ΔT_v만큼 증가합니다. 만약 두 경우에 같은 열량이 가해졌다면 ΔT_v > ΔT_p의 결과를 갖습니다. 압력이 증가하는 등체적과정이 온도가 더 높게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위에서 정의한 C=Q/ΔT에 따르면 부피가 커지는 등압과정의 온도변화ΔT_p가 더 작으므로 열용량은 등체적과정 보다 더 큽니다. 이렇듯 열량이 같더라도 등압과정과 등체적과정의 열용량이 서로 다르므로 등체적열용량은 Cv로 등압열용량은Cp로 각각 표현하고 수식 표현은 아래와 같습니다.
Cv=(dU/dT)_v : 부피가 일정할 때 온도변화를 기준으로 한 내부에너지의 변화
Cp=(dH/dT)_p : 압력이 일정할 때 온도변화를 기준으로 한 엔탈피의 변화
Cp를 dT에 대해 적분하면 엔탈피H의 변화를 구할 수 있습니다.
ΔH=∫ Cp dT
여기서 중요한 것을 알게 되는데, 미리 존재하는 것이 아닌 임의로 주어지며, 절댓값이 아니라 변화량이 중요한 개념적 물리량인 엔탈피의 변화량을 열용량 Cp를 알고 있다면 직접 온도변화 측정을 통해 구체적인 수치로 계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물질의 열용량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열역학에서 중요한 과제 중 하나 입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100℃ 물이 100℃의 증기로 변하는 상변화 과정에서 열량Q는 일정하지만 ΔT가 0이 되며 무한대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물질의 안전 불안정 상태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정리
물질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을 때 계의 외부에 가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계산하는 것, 예를 들어 증기기관에서 물에 열을 가하여 증기로 변화시켰을 때 얼마의 동력을 얻을 수 있는 가를 계산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물질의 엔탈피 변화량을 구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내부에너지와 엔탈피의 변화량을 구체화하는 매개인 열용량은 열역학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