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는 열역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입니다. 온도는 우리가 이미 흔히 사용하고 있어 개념이라고 받아들이기에도 어색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온도는 열역학에서 나오는 모든 개념의 성립을 가능하게 하는 열역학 이론을 구성하는 기본 개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온도는 열역학에서 등장하는 개념 중에서 가장 쉬운 개념이며, 거부반응 없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오히려 너무 익숙하고 쉬운 나머지 간과해 버릴 수도 있는 온도라는 개념을 좀더 알아보겠습니다.
열역학 제 0법칙
열역학 제0법칙은 물체 간의 열 이동과 열 평형 관계에 대한 것으로 열역학 제1, 2법칙보다 우선하여 온도 개념을 설정하므로 열역학 0법칙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두 종류의 물질 A와 B가 서로 접한상태에서 제3의 물질인 C가 따로 존재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A, B, C는 용기에 담겨있는 기체나 액체 같은 유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이 때 A와 C가 물질의 이동이 없이 온도가 같은 열적 평형 상태에 있고, B와 C 또한 같은 상태에 있다고 한다면 결과적으로 A와 B 또한 온도가 같은 열적 평형 상태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열역학 제0법칙입니다.
이는 당연한 상식에 가까워 법칙이라고 말할 것도 없다고 생각이 들겠지만 반대로 온도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앞의 예시를 다시 보면 A와 C가 열적 평형에 있다고 했는데, 열의 이동이 없다고 해서 압력이나 부피와 같은 물질의 다른 특성 마저도 같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 A와C의 압력이나 부피가 달라도 두 물질 사이에 열 이동이 없을 수 있습니다. 이는 A와 B의 관계, B와 C의 관계에서도 동일하며 이것은 열의 이동이 없는 열적 평형 상태에 있다라고 A, B, C가 갖는 부피나 압력이 얼마든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열역학 제0법칙은 두 물질이 서로 물성이 다르더라도 두 물질은 열적 평형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온도와 열전도도
그럼 두 물질 사이에 열은 왜 이동하는 걸까요? 열의 이동을 유발하는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테면 자연에서 물이 흐르는 것은 두 지점에서 물이 갖는 위치 에너지 차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고 두 지점의 위치가 같아지면 더이상 물은 흐르지 않게 됩니다. 전류가 흐르는 것 또한 두 지점의 전위 차이 때문이며 그 전위 차이가 없어진다면 전류도 흐르지 않게 됩니다. 이것을 열의 이동에 대입한다면 열의 이동이 일어나도록 차이가 나는 무언가는 온도입니다. 두 물질의 온도 차이가 두 물질 사이의 열 흐름을 일으키고 두 물질의 온도가 같아지면 두 물질 사이엔 열 이동이 없는 열적 평형상태가 됩니다. 물질의 온도는 물질 간의 열 이동을 결정짓는 유일한 변수입니다. 이처럼 열역학 제0법칙이 규정해 주는 온도의 개념은 열 이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이와 같이 온도는 주어진 물체 간에 열 교환이 일어나고 있는지 열적 평형상태에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하나의 열역학적 물성입니다. 그래서 상식적으로 말하는 온도는 물체의 차갑고 뜨거운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에 불과하는 것은 잘못된 정의 입니다. 예를 들어 철판과 목판에 손을 대었을 때 철판은 차갑게 느껴지고 목판은 그에 비해 따듯하다고 느껴집니다. 이것은 실제로 철판과 목판의 온도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만졌던 손에서 철판과 목판으로 이동하는 열의 이동 속도가 다리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열전도도'라고 하며 열전도도가 높은 철판이 열전도도가 낮은 목판보다 열 전달속도가 빨라서 손으로부터 열을 빨리 빼앗아 가므로 목판 보다 차갑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두 물체의 온도가 같다고 하더라도 차갑고 뜨거운 정도는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온도는 온도계로 측정하는 물체의 차가움 따듯함의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가 아니라, 이 물체가 주위와 열을 교환하는지 여부를 나타내는 열역학적 물성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온도계에서 측정된 온도는 이 열역학적 물성을 구체화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물질의 온도계로 측정된 온도 예를 들어 20℃ 측정값은 절대 불변의 값이 아니라 시계로 측정한 12시 10분처럼 시간을 구체화하듯이 서로 약속한 구체화된 값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20℃가 아닌 다른 값과 단위로 대신해도 상관없으며 결국 결정된 그 값은 어떤 기준 값에 대한 상대 값이 됩니다.
온도와 같이 상식적인 개념에서 볼 수 있듯이 열역학적 개념을 이해하는데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열역학적 개념은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지 원래부터 존재해 있던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열역학에서는 혼합물의 거동, 상평형과 같은 순수 자연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인공의 개념적 도구를 사용하게 됩니다. 자연의 불변의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적 도구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것 이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도구로 대체해도 무방합니다. 무언가를 만들 때 공구가 거의 없어도 만들 수 있지만 적합한 연장이 있다면 더 잘 만들 수 있으며,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연장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열역학적 개념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열역학적 개념은 약간의 지적인 사고로 원리와 사용법에 익숙해진다면 동떨어진 어려운 대상이 아니라 친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개념 쉽게 이해하기
열역학은 개념의 이해를 근본으로 하는 학문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나아가 공학으로서 열역학을 실제 공정에 적용하려면 반드시 그 개념의 파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열역학의 개념을 이해하려고 할 때 그 개념의 최초 고안자의 입장이 되어 자연현상을 설명하고자 할 때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지 와 같은 고안하게 된 동기를 생각하게 된다면 개념을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